Swing

야구공이 빠른 속도로 날아오면 배트는 몸통의 옆을 가르면서 휘둘려진다.

Z축을 가르면서 발생하는 충돌은 눈앞의 환경을 단번에 미지의 것으로 바꿔 놓는다.

반복적으로 방망이를 휘두르는 행위는 공과 물리적으로 관계 맺기를 원하는 움직임이다.

이 일련의 이미지들은 방망이를 휘두르는 수평적 움직임을
셔터를 누르는 수직적인 움직임으로 대신한 기록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을 자처하는 수직적 움직임은 벽을 만든다.
손끝의 움직임으로 수직의 벽을 만들고 ‘깡’ 하는 소리와 방망이에
전해지는 진동, 저릿해지는 손바닥, 공이 날아오는 시간의 파편을
뒤로하고 벽 내부로 숨어든다.

촬영 행위를 통해 사건의 표피를 떠내는 일은
 세계에 물리적으로 타격을 가하는 일과는 다르게 세계를 흡수하는 방식,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는 방식으로 무기력하게 일어난다.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