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면 만들기, 2022
변덕스러운 박스, 2023
희석된 풍경(송전탑), 2023
시간이 지나서 생각해보면 긴장된 이해가 풀어진 상태를 마주하곤 하는데
이 작업들이 나한테 그런 의미를 가진다.
지금 생각해보면 큼지막한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것에 약간의 적대심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게 작업에 묻어 있는 것 같아서 이 작업들을 보면 일기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한다.
주로 촬영하는 카메라를 이것저것 바꿔가며 시선의 어떤 것을 말하려고 했던 것 같다.
보는 것에 대한 변덕이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무언가를 이미지를 본다는 것. 그 이미지에는 표피가 있다는 것.
본 것이 이미지가 아니라 무언가를 이미지로 본다는 것에 흥미를 가졌다.
내가 봤다고 생각하는 것이 즉각 이미지로 확인되지 않는 불확실성을 즐겼다.
흰색의 박스는 아무것도 표현하지 않고 빛의 반사 만을 보여주었다.
평면의 입체적 모음, 아무 의미가 없어서 보는 행위와 촬영 행위만 남는 것 같았다.
하나의 사물과 여러개의 장소, 하나의 장소와 여러개의 사물. 이렇게
정리될 수도 있을 이 이미지들은 시점과 표피를 중심으로 변주된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내가 작업을 마무리할 때도 흰색의 박스와
송전탑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변덕의 품에서 어떤 것도
판단내리지 못한 것이 사물을 피사체가 아니라 사물로 인식하게 한 것.
그런 의미를 가진다. 이 작업들은 아무것도 표현하지 않는 '애매모호한', '무미건조한' 이다.